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싱크대 한쪽 구석에는, 잊혀진 채로 싹을 틔운 감자 조각이 있었다.
그 옆에는 썩어 문드러진 콩나물의 머리들이 쓸쓸히 널려 있고, 병든 사과의 껍질은 마치 오랜 시간의 고통을 호소하는 듯 했다.
곰팡이가 핀 김치는 한때의 신선함을 잃고 이제는 그저 버려진 시간의 흔적일 뿐이었다.
쉬어버린 찬밥 알갱이들은 싱크대의 그늘 아래에서 자신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.
이 모든 것들은 한때는 생명을 가졌거나, 적어도 생명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했었다.
하지만 이제는 버려진 존재들로서, 싱크대 위의 무대에서 마지막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.
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나는, 이 잔혹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극장을 조용히 관람하고 있었다.
이것이 바로 싱크대 위의 작은 우주, 버려진 것들의 실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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