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
Pieces-writing,pictures,cartoons etc

싱크대 속 생명의 극장

728x90
반응형

 

 

싱크대 한쪽 구석에는, 잊혀진 채로 싹을 틔운 감자 조각이 있었다. 

 


그 옆에는 썩어 문드러진 콩나물의 머리들이 쓸쓸히 널려 있고, 병든 사과의 껍질은 마치 오랜 시간의 고통을 호소하는 듯 했다. 

 


곰팡이가 핀 김치는 한때의 신선함을 잃고 이제는 그저 버려진 시간의 흔적일 뿐이었다.

 


쉬어버린 찬밥 알갱이들은 싱크대의 그늘 아래에서 자신들의 마지막 순간을 기다리고 있었다.

 


이 모든 것들은 한때는 생명을 가졌거나, 적어도 생명을 먹여 살리는 역할을 했었다. 

 


하지만 이제는 버려진 존재들로서, 싱크대 위의 무대에서 마지막 퇴장을 준비하고 있다. 

 


그리고 이 모든 것을 바라보는 나는, 이 잔혹한 무대 위에서 펼쳐지는 생명의 극장을 조용히 관람하고 있었다. 

 


이것이 바로 싱크대 위의 작은 우주, 버려진 것들의 실체였다.

 

 



'Pieces-writing,pictures,cartoons etc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Picture 19  (0) 2024.06.08
닭이라고 불린 파라솔  (0) 2024.03.30
옥토와 스퀴디의 대담한 여행-길을 찾아서  (0) 2024.03.17
0250-표식-  (0) 2024.03.10
특별한 시간 (EASY VER.)  (0) 2024.03.02